주먹이 운다 : 졸다가 울었다
두 개의 진실이 맞붙는다. 누구도 나쁘지 않지만, 두 사람은 싸워야 한다.
영화 내내 보듯이, 이겨야 하는 이유과 절실함은 용호상박, 막상막하로 처절하다.
이럴 때 누가 이겨야 할까.
남은 인생이 버거운 남자와 살아온 인생의 업으로 허덕이는 남자.
한 아들의 아비, 한 아비의 아들
두 사람의 인생의 무게가 링에서 부딪친다.
****스포일러, 이뜸******* 언제나 그렇듯이.
급하게 저녁 밥먹고 들어가서 중간에 쪼끔 졸았다. 그래서 귀를 물어뜯는다는 장면을 놓치고 말았다. 그 아까운 것을…
썩 재미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이런 류의 막장 인생 극복기는 그 옛날 인간시대부터 최근 밀리언 달러 베이비까지 줄을 세워 놓아도 족히 신림 4거리는 한 바퀴 돌 것 같은데.
그래도 감동 먹어버렸다. 승범이 땜시…신들렸군아. 괴물. 심심한 영화에서 배우로서 지혼자 자력 갱생. 존재감 만땅에 최민식을 압도한다. 할머니 만나는 장면이나 마지막에 종치고 우는 장면 같은 거. 심판이 건네주는 신인왕상 안 받고 할머니 찾아가는데, 머리로는 니가 록킨줄 아냐? 근데 역시 승범이 연기땜시 뻔한 토도 못 달겠더라. 눈물만 질질…
그 외는 좀 심심했다. 뭘 보여주고 싶은 건지는 알 것도 같지만, 진정성의 깃발 아래 다른 건 탈색되고 진정만 남아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인물과 이야기를 나열한 듯한.
하기야 류승완의 영화에선 내내 플롯을 엮어내는 맛이 아쉬웠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최고인 이유? 거칠고 미숙했지만 쏟아내는 대사와 영화의 화법, 그리고 그 날 것인 채로의 생생한 아우라가 단연 쇼킹했기 때문이다.
류승완은 과연 세련되어 지고, 전진하고 있는 걸까. 영화의 스타일이나 완성도는 그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거친 개성은 점점 없어져 가는 것 같다. 하기야 계속 선홍색 피 뚝뚝 흘리며 도살장에 걸려있는 필름만 찍고 있을 순 없을테니. 하지만 성숙이나 완성도의 댓가로 잃어가는 그 무엇이 너무 아쉽다.
액션은 유려해지면서 이야기는 재미없어지는 것 같은.
그리고 심지어 불쾌했던 것은…무책임한 삶은 대낮의 섹스 한 번으로 털어내고, 폭력에 욕하고 매달리고. 모르겠다고 내팽개치고, 그런데 그럴 수 밖에 없었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은 있었다는-_-;;
밑바닥 인생 살고, 나쁜 일 닥치고, 살기위해 발버둥치면 다 괜찮은건가. 이야말로 평면적이고 보수적인 시각 아니냐고요. 뭐가 진정이고 뭐는 안진정인데.
감독의 의도가 그건 아니겠지만, 난 이런 디테일들에 동의할 수가 없다. 진정성을 너른 품, 이야기의 내밀한 짜임으로 설득해 줬음 좋았을텐데. 어쩔 수 없는 한계상황에 부딪쳤을때, 지 성격 못이겨서 부들부들 떠는 에너지를 권투로 승화시킨다는 모티브 자체부터가 상투적이었지만.
하류청춘의 퍼소나로서 류승범은 이 영화로 정점에 이른 거 아닐까. 만족 이상 감동하며, 그가 이 계열에선 극을 보여준 것 같다. 류승범이 또 이런 걸 하면 그때부터는 진부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올드보이를 본 나에게 최민식의 연기가 더 이상 새롭지 않았던 것처럼.
변신이라면…알마니 빼입은 승범? 츄리닝에 쓰레빠 질질 끌어도 스타일 뚝뚝 흘러내리는 그이지만, 이미숙 삐리리로 나온 고독에서의 어설픈 어번 스타일은 심히 어색했다. 연기 천재란 호칭도 민망합니다 후다닥~~. 솔직 승범의 멜로는 너무 이상하다. 프로토타입이니 머니 해도 그는 독고다이 쌩양아치가 그냥 딱이다.
액숀이 되는 김에 아예 밀어부쳐 정무문으로 나가보면 어떨까. 오쎈틱하게. 소룡승범사마~~ 아뵤~!
명대사로는…
“씻그러가자…아빠 안 죽었다.”
어디서 많이 보고, 맨날 들었던 것 같지만, 거기에 감각을 쫑긋하게 하는 빛나는 무언가가 단 몇 프로라도 섞여 내 심장과 화학작용을 일으켰을 때 그 빛은 오묘해지고 결과는 비범해지는 건데. 그걸 캐치 못해서. 내내 투덜투덜이다. 영화 끝에서 질질 짰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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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said,
April 14, 2005 @ 1:27 pm
류승완 영화 중에선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최고였다..에 나도 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