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3(수)~24(목) 제주 여행 DAY 0, DAY 1

DAY 0, DAY 1 일정

  • 도착
  • 자매국수
  • SUM 게스트하우스
  • 4.3 평화공원
  • 절물 자연휴양지(절물오름/ 장생의 숲길)
  • 거문오름
  • 비자림
  • 써니허니 게스트하우스

특별 휴가에 급 결정한 제주행.

역시 나답게 출발 비행기 놓치고. (7시대 올림픽 대로 그렇게 막힐 줄이야;;; -> 당연하자나!!!)
앞뒤로 꽉 막혀있는 공항 버스에서 다른 비행기 부킹한다고 항공사 있는대로 전화걸며 난리치고.

진, 이스타, 제주, 대한, 아시아나 수요일 심야 항공 모두 풀 북킹이라며 거절당하고.
눈앞이 캄캄한 채로 공항 도착.

정작 이스타 항공 막비행기 연착되서 비행기 출발전.
정말 친절하고 센스있는 항공사 직원의 도움으로 9:46 느즈막히 제주 도착.

♥ 사랑해요 이스타 항공 ♥ ;;;
♥ 이렇게 살지 말자 정초아 ♥

고심끝에 한 내 인생 첫 번째 렌트카 여행.

첨 몰아보는 남의 차, 낯선 지리에 겁부터 먹었지만. 선택은 탁월했다!!!
게스트하우스에 짐 풀고, 방사람들이랑 인사나누고, 바로 자매국수로 쏩니다! 붕붕붕…

제주 국수 거리. 버스로는 못가는 곳, 못 가는 시간.
하지만 사람은 바글바글바글.

흡. 저 비주얼!! 면발과 괴기에 몬 짓을 가했는지 여하튼 부드럼이 상상 초월.
입안에서 그냥 녹아버림. 씹을 필요가 없어.

고기less life를 살다가 DEVIEW하면서 무너졌는데
제주 여행에서 아주 와장창 고기 life로 돌아옴.

거의 여행객보다는 현지분들 많아 보였다.
국수집이라기 보다는 막걸리, 쇠주 등에 한 잔 걸치는 술집 분위기.

첫 날 묵은 SUM 게스트 하우스.
늦은 도착이라 공항 근처로 잡았는데 역시 탁월한 선택.

약간 모텔 삘 예상했으나, 왠걸.
도착하니 통유리 너머로 카오산 못지 않은, 아니 지금 카오산에서는 사라져버린
그 옛날 카오산서 봤던 배낭 여행자들의 허브 분위기가 물씬.

삼삼 오오 로비에 둘러앉아, 그날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경로나 추천 여행지도 공유하고.

여럿명이 같이 묵는 게스트 하우스.

이층 침대라 불편하기도 했고
아침식사 역시 오픈 주방에서 토스트를 굽고, 계란을 부치고
내려진 커피와 과일을 꺼내 먹는 등 셀프로 해결.
호텔 조식과는 전혀 달랐지만.

혼자 여행온 20대, 30대, 40대 각기 다른 연령대의 여자들이 모여
각자의 여행온 사연과 삶의 스토리를 나누는 재미.

하룻밤에 끝날 인연일 뿐이지만,
그 하룻밤만큼은 알 수 없는 미지인에게 맘을 활짝 열고 웃음과 눈물을 나누는 요상한 순간.
럭셔리 오성급 호텔따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행의 묘미인 것이다.

여자들 talk을 통해 얻은 여행 정보를 가지고 붕붕붕 절물로 향하는데.
문득 눈길을 끄는 4.3 평화의 공원.
뭔가가 눈길 끌어? 그럼 핸들 돌려! 뭐 이런 식으로 4박 5일을 보냈던 것 같다.
그렇데 도착한 곳은 공원도 아닌 묘지. 아니 시신이 묻히지 않았으니 묘지라고 할 수도 없다.

choa

시신조차 수습을 못한 안타까운 생명들께 이름 석자로나마 안식을 드리는 곳.
날은 비올듯 흐리고 까마귀는 까악까악 울어대는데.

4.3 항쟁 따위 줄 놓은 내 정신의 어느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을리 만무하지만
참 이상도 하여라. 4박 5일 어디를 가든 결국 만나게 되는 4.3의 자취.

그렇게 이름으로만 남은 위령비 사이를 거니는 것으로
그리고, 향 하나 피워놓고 잠시 묵념 올리는 것으로 제주 여행이 시작되었다.

생뚱맞은 여행의 시작을 되돌려 다시 절물자연휴양림으로~
울창한 삼나무 숲이 나를 맞이한다.

choa-2

절물오름 정상.
때마침 아무도 오르는 이 없어, 오름을 나홀로 오름;;
흐린 날씨 덕에 주변 경관은 내 눈에 안차 오름

오르는 길은 그냥 동네 뒷동산 오르는 기분이었는데.

choa-3

내려오는 길에 그만 길을 잃고 만다.
아무도 없어 헤매고만 있는데, 우연히 마

그닥 넓지도 않은 절물오름에서 매우 나답게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저 멀리 어떤 커플이 지나가는 것을 발견. 간신히 따라가 붙잡고 길을 묻는데.

커플의 이 남자. 백퍼 내가 아는 사람인거다. 근데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직장, 연고, 노는 동네 다 맞춰봐도 공통점이 없고
게다가, 이 남자는 전혀 나를 모른다고 잡아뗀다. 여자는 옆에서 수상한 눈길로 째려봐주시고(당연히;;)

나중에서야, 멋적게 “저, < 짝>에 출현했어요.”

그런다. 짝! SBS 짝. 그렇다 101~102회 노총각 노처녀 스페셜의 남자 5호.
<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애청하며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던.
종교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어머님의 반대때문에 첫사랑과의 결혼에 실패했다던.
첫번째 여자 몇 호한테 갔다가, 변심하고 다른 여자로 갈아타고 애잔한 이벤트까지 벌였지만 결국 실패한.

zzak

나,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짝덕. 짝 매니아.
줄줄줄 이 사람의 내력을 읊자 본인도 놀래고, 여친도 놀랜다.
여자분과는 소개팅 인연인데, 만난지 얼마 안되는 듯.

덕분에 짝덕으로서 그동안 궁금했던, 짝 뒷 얘기와 비화들을 자세히 듣고, 출연 섭외까지 받았음 ^^V ;;;;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하산 스피드가 절묘하게 겹치고,
마침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약 30여분간 아름다운 절물 장생의 숲길을 막 짝이 된 커플의 염장 투샷을 바라보며 내려와야 했다는;;;

거 참, 아헿헿한 절물 오름의 기억.

하산길 절물 인증!

그리고 황급히 거문 오름으로 이동.
그 쉬운 거문 오름 입구를 못찾아 헤매다, 낯선 건물을 발견.

길찾기 일환으로 문 열고 들어선 순간 화들짝.
황량한 거문 오름 입구에 이런 예쁜 공간이라니.

신기했다! 마치 마법의 문이 열린듯한…

가구를 만드는 공방이었는데, 순수 제주분들이시란다.
가구를 제작해 팔기도 하고, 워크샵도 여시고. 옆에는 카페와 편의점도 하나 채려놓으시고.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삶의 모습.
예기치 않게 이런 걸 만나게 되는 재미. 여행이다!

거문 오름은 세계 자연유산으로 선정되어 1일 400명의 정예인원(?!)만 탐방할 수 있고
100%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하다.

제주 여행시 위시 NO 1. 가장 가보고 싶었던 거문 오름이지만
예약 경쟁율료 높아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예약 페이지 리프레시 중 문득 딱 2자리가 빈 것을 발견! 극적으로 예약 성공.

음식물 반입도 안되고, 자연을 훼손할 수 있는 우산, 스틱도 금지.
탐방 출입증을 목에 걸고 오름 시작!

오름! 이런 것이 말로만 듣던 오름인가.
절물 오름과는 너무나 달랐다.

자연이 깊숙히 숨겨놓은 비밀의 수풀을 찾아가는 듯한 기분좋은 헤매임!

오름을 오르고 내리는 내내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마치 원시의 자연의 그대로 펼쳐진 듯한
오름의 풍광에 마음은 보름달마냥 부풀어 오름~ ㅎㅎㅎ

거문오름은 돌과 흙이 유난히 검은빛이라 검은 오름이라는 썰,
그리고 숲이 빽빽하게 우겨져서 그렇다는 썰이 있다고 한다.

검은오름> 거문오름으로 자연스럽게 정착.

약 두시간 반의 분화구 코스를 돌고 하산.

제주만의 독특한 곶자왈 지형도 체험하고
일본군이 숨어지냈던 동굴도 보고
수많은 이름 모르는 나무와 식물들도 보고. 비록 까막눈이라 뭐가 뭔지 였지만.

* 참고 : 곶차왈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凹凸) 지형이 만들어지면서 형성된 제주도만의 독특한 지형이다.
곶자왈은 나무·덩굴식물·암석 등이 뒤섞여 수풀처럼 어수선하게 된 곳을 일컫는 제주도방언이다.
-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내려 오는 길에 오름 해설사분께서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신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헐 급 울컥!
오르는 길보다 내려오는 길이 더 좋았음.

생각은 점점 비워지고
어제와는 확연히 달라진 마음의 때깔로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다음 찾은 곳은 비자림.
계획따윈 없었지만, 남는 시간에 맞춰 암데나 찍고 거침없이 붕붕붕~
렌트카의 필요성을 이 나이되어서 알았슴네다. ㅠㅠㅠ

비자림. 비자나무 숲. 산책길로 유명한 곳이다.
비오는 날 아침에 오면 좋다는데, 나는 그냥 해질녘에 방문.

일단 인증.

여행 공식 샷. 여행 때마다 요 포즈로 한 컷씩은 찍게 된다는.

예상했던 분위기의 산책로.
거문오름의 격한 감동과는 다른 편안함에 젖어들 무렵.

그런데 점점 모랄까.
예상하지 못았던 아우라에 휩싸이게 된다.

나무! 비자 오라버니들의 기세!!
장난이 아니다.

그냥 산책로라기엔 나무들의 기세가 너무도 위풍당당.
박력있게 뻗쳐오른 가지들. 수 백년을 버텨낸 소리없는 내공.
샤방샤방 사뿐사뿐 산책로라기엔 좌우로 빽빽히 펼쳐진 그 위세가 너무도 압도적이었다.

비자림에서도 발견되는 곶자왈.

마치 억센 손으로 바위를 움켜쥐듯. 이대로 떨어져 나가지 않겠다며…
생명이 내리지 못할 곳에 뿌리를 내리고야 만 강한 생명력에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나도 보이고 너도 보이고
이런 세상을 살아내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고.

수 백년의 세월을 버텨년 굵은 나무들이 서로 어깨를 버티며 그 기세를 내세우는 곳.
인간이 들어와 경계를 치고, 그 사이에 작은 오솔길을 내고, 몇 천원의 입장료를 받기 전까지

비자림 역시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그들의 나와바리였을 것이다.
거대한 야생의 숲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길 하나 냈다고, 이 활기와 박력을 ‘산책로’라는 프레임에 가두어 버리다니.

참으로 인간은 재밌는 존재라는 생각.
본질이 아닌 용도 중심의 개념화.

나에게 비자림은 올망종망 느낌있는 산책로가 아니라.
수 백년을 버텨낸 거대한 존재들이 차원이 다른 내공을 견주는 원시의 장이었다.
잠시 침입한 나 따위는 감히 고개를 들이밀 수 없는.

=====

어느덧 날은 저물어 오고.
오늘의 숙박은 송당리의 써니허니 게스트하우스~

날 저물어 송당리 도착.

실은 아침먹고 제대로 밥을 챙기지 못했는데.
참으로 제주 갈치 조림나 전복뚝배기 같은 제주스럽고 칼칼한 저녁이 먹고 싶었는데.

이 동네, 식당도 몇 개 없고 그나마 모두 문닫고, 원래 여는 데도 아줌마 마실 가셨다고 밥이 안된다고.
어쩔 수 없이,,, 정말 가고 싶지 않았던 웅스키친.

제주까지 와서 왠 이태리 레스토랑이냐.

그런데, 정말 이런 데 있을 법하지 않은 …
가로수길 어디쯤에서 삽으로 퍼다가 뚝하고 내려놓은 것 같은 마술같은 식당.

문을 연 순간 또 다시 매직~매직매직~

송당리를 걸어보면, 정말 이 분위기 아니다.
그냥 시골 촌마을.

나처럼 혼자 밥먹으러 온 여행객.
그리고 입장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스탭과 다른 테이블의 지인에게 인사하는 인근 제주 분들.

누가 이 촌구석에서 이런 데 와서 밥먹을까 했는데
어느덧 테이블은 full!

흑돼지 샌드위치에 하우스 와인까지 한잔 곁들여~ 헐.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참으로 맛났다.
동네 슈퍼(진짜 조그만 시골 마을 슈퍼)도 한참 걸어가야 하는 이 동네에서 와인이라니…
집에서 서울에서 먹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맛이 났다.

그저 감사만을 올리며, bottle 한 병까지 따로 구매해서
귀한 보물인양 소중히 품고 게스트하우스로 귀 to the 환!

요런 따끈~한 정경이 나를 맞이한다.
하루 분의 여행을 마친 여행자들이 모여, 회포를 푸는 시간.

특히나, 써니허니 게스트하우스는 숙박 공간과 별도로
< 밍기적>이라는 별도 쉼공간을 만들어 수백권의 책(주로 만화)로 가득히 채워놓았다.

밍기적 한 구석은 키친인데, 간식들과 커피 등등이 구비되어 있고
자유롭게 먹고 자유롭게 기부하는 진정한 오픈 키친.

밥도 채려 먹고, 술도 한잔 하고, 사진도 보고, PC도 쓰고….만화도 보고!!!
우왕. 이거 정말 환타스틱한 여행의 마무리가 아닌감요.

달고 작고 예쁜 오아시스.

내가 사온 와인 한 병에, 또 우연히 다른 여행자분이 와인 한병을 반입해 오셔서
오늘의 술자리 컨셉은 와인파티. 누군가가 시내에서 사온 귀한 제과점 빵에.

신나고 잼있는 술자리가 무르익어갈 무렵~

싸장님 오빠야도 기분이 좋은지 ~ “야간 오름 투어 갈 사람~~~”
이 시각. 10시 반. 제주의 밤바람은 차가웠지만, 열 명쯤이 우르르 손을 든다.

붕붕붕 봉고 타고 아부 오름으로 야간 투어~
조그만 후라쉬 들고, 소똥 피해 조심조심, 길인지 뭔지 알 수도 없는 산길을 올라 도착한 정상.

사진으로 찍지 못했지만 하늘에 가득한 별들.
북쪽 하늘에 선명히 박혀있던 W. 저거이 그 옛날 학교때 배웠던 카시오페이아인감.

다들 소리치고, 감동하고, 뛰어다니고 …바람이야 불거나 말거나
청춘의 밤이 깊어간다.

청춘이 아닌 난 그들의 청춘에 살짝 무임승차.
제주도 여행이 점점 젊은이들 기빨기 회춘 프로젝트로 변질;;

ㅇ으허허….여행! 이거다.

그리고 지 멋대로 밍기적거리며 깊어가는
제주도의 두번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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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멘트 »

  1. 윤정 said,

    November 14, 2013 @ 2:29 pm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덩달아 되는구랴.
    멋지시오. 제주도, 그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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