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화천여행

쓰나미 업무도, 알람머신 스마트폰도, 심장을 찢어 놓는 매일의 뉴스도, 세상에 대한 오갈 곳 없는 분노도 모두 끊었던 1박 2일의 블랙아웃. 스위치를 껐다 켜는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단절을 통해서만 회복할 수 있는 것을 얻었던 시간. 화천은 그러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몇 겹을 벗겨내고 원래의 질을 드러낸 듯한 공기와 물. 한 점의 이물질도 섞이지 않은 어둠. 그리고 하늘에서 내리던 별들. 담요로 몸을 두르고,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을 향해 깊은 숨을 토해냈다. 가슴 속에서 흘러나온 것들이 춤 비스무레한 것을 추며 어둠 속으로 아득히 날라 갔다. 꽤나 들이 부었던 알콜의 기운도.

아침에 눈을 뜨고, 펜션 창을 여니 이런 풍경
깜깜한 밤에 구불구불 산길 타고 올라와서 전혀 몰랐다. 이런 첩첩 산중이었다뉘;;

물론 그래봤자다. 얼마나 가겠나. 1박 2일 체험 타인의 삶의 현장에서 구한 힐링이란 것이. 하지만, 이렇게 긴급 대피하듯 도망쳐 나와 찍은 쉼표 하나가 간절했던 타이밍. 함께 했던 벗과, 환대해 준 벗에게 감사~ 근데, 이런 짧은 동행조차 십 수년 만에 가까스로 한 번이라니. 친구 맞어???-_-;

화천은 혜란이가 몸담고 있는 연극집단 뛰다(Tuida.com)가 5년전 터를 잡은 곳. 화천군이 10년간 무료로 내 준 폐교는 사무실과 연습실이 되었고, 거기에 극장과 제작실, 게스트하우스와 거주 공간, 텃밭 등 점점 살이 붙었다.

학교 운동장에서는 강원도의 선명한 햇살 아래 하얀 이불 빨래가 널려 있었고, 화천에서 태어난 뛰다 멤버들의 2세들이 꺄르르거리며 뛰어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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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 소박한 점심


본관 – 뛰다의 대표작 < 하륵 이야기>


뛰다의 주요 레퍼토리로 장식한 본관 입구


사무실 옆 작업실. place of making things.


잘 정리된 작업 재료와 도구들~ 와우


뛰다의 가장 최근 작품 < 바후차라마타>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 인도극단과의 합작품이라고. 못봐서 아쉽~


연습실 칠판 – 이런 상황들을 가지고 연습을 하나보다~~


고품격 황토 연습실~ 연습실의 황토벽은 멤버들이 직접 발랐다고.


희랍스타일 야외 극장도 제법 폼을 갖췄다.


운동장에 심은 계수나무. 크도 두터운 나무로 자랄 때까지 뛰다의 역사와 함께 하길~


처음 만난 혜란이 동생. 학교때부터 구제불능 문제아, 트러블 메이커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젠 누나의 조언으로 무대제작의 길을 뛰어들어 아주 잘 해나가고 있단다. 오호 놀~라~워~라. 작업의 포스는 이미 장인~~


운동장 한 켠에서는 좋은 볕에 이불 말리고


뛰다 화천 1세대 나모양. 어떻게 커나갈지 기대되는.


연출가 부부 요섭~ 주야씨 댁에서 담소 나누시는 두 대학동기 여사님들.
둘 다 있다. 심지어 하나는 상당한 차이의 연하다. 짱나!!! ㅋㅋㅋ
이렇게 사택?? 제공도 되는 훌륭한 뛰다~


텃밭도 만들었다. 작게 시작했지만, 어쨌든 직접 길러 먹어볼 요량이란다.
예술을 하려면 결국엔 삶을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공동체라는 틀 안에서 실천하고 있는 그들!
근데 나모가 심어서 삐뚤삐뚤 자라고 있다는 건 귀여운 함정~


뛰다 제작실. 무대장치들? 같은 거 직접 만드는 모양이다. 능력자들!
이 옆엔 제법 잘 지은 극장도 있었다. 원래 한옥 학교?같은 것이었다는데 극장으로 개조했다고.
참 열심히도 많은 것들을 이뤄가고 있다.


명배우 재영씨의 오후 과업은 제초작업. 예생일치라면, 이 또한 예술의 일부이려니~~
이렇게 모든 걸 직접 자기 손으로 만들고 지켜 나간다는 거. 참 멋지구리~

그런데, 오래 간만에 만난 이들은 점점 더 생활인이라기보다는 구도자로 깊어진 느낌?

뛰다를 한 바퀴 둘러본 다음엔 혜란이의 안내로
화천으로 귀촌한 조각가 이정인, 생태화가 이재은 작가(보리 출판사에서 일러스트 작업을 하셨던) 부부가 운영하는 갤러리와 작업실에 놀러갔다~


이정인님 기본적으로 가구 작업을 하시는데. 책상이며 의자의 퀄리티가 ㅎㄷㄷㄷㄷㄷ
가구에 아무 관심없는 최여사가조차 돈 벌어서 하나 업어가고 싶다는 발언을 할 정도.
눈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만졌을 때의 기분좋은 느낌이란! 읗ㅎㅎㅎㅎ


예기치 못한 힐링은 너무나 공들여 잘 만들어진 물건의 결에서도 왔다.


하지만, 그냥 유능한 기술자 목수에 그치지 않으시고
나무를 활용해 예술의 경지에 이르셨다. 화천의 나무에 화천을 담아내고 계셨다.


나뒹구는 죽은 나무들에 색과 뜻을 입혀 화천을 흐르는 물고기로 새롭게 태어나게 하심 ^^


자투리 나무들을 모아 ~ 작품명은 ‘잡어’ 가운데 등에선 빛이 퍼져나온다.
그래서 굳이 ‘잡어구이’라 불러보았다. 술땡기라고~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려 여기에 화천의 주요 랜드마크를 그려넣어,
죽은 나무에 화천을 담으셨다. 곧, 뛰다도 넣어주신단다~~


불치병 진단을 받으셨다는 데 화천에 내려와 완치되었다는 이정인 작가님.
옆에 Gallery 1 표식 나무도 화천에서 폐쇄된 다리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한다.


작가의 작업실. 페인팅 류가 많은 것으로 보아 주로 그림을 담당하는 이재은 작가님의 작업실일듯


남편이 주요 소재가 되는 작업이라~ 남편이 이런 데도 쓸모가 있구나.


목수의 작업실 탐방 ~ 비밀 공간을 흔쾌히 열어주셨다!
뭔가를 만드는 사람의 공간은 늘 살아있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비어있을 때 조차도.


나와서 한 컷


작업실 바로 앞 화천 율대 정류장 – 지나는 사람도 버스도 거의 없는 외진 이 곳에, 작가는 이렇게 공을 들여놨다.


이웃집 문패도 작가님 선물이라고~ 안에서는 옥분 여사님과 그 친구분이 담소중였다.


혜란이가 거주중인 신아 아파트. 아파트에서 중세 수도원의 스멜이~~


그리고 동네 한바퀴


화천 애기들


해질 무렵 화천천

많은 얘기와 웃음 속에 보냈던 시간. 친구의 환대와 뭔가를 만들고 바꾸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았다! 호르몬의 이상이 야기한 나의 불치병도 잠시나마 호전되었다.

물론, 난 다시 숨가쁜 도시의 정글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 내가 선택한 혹은 나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성장을 멈추지 않고 세계와의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을까를 묻는 나의 실험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별도 뜨지 않는 하늘 아래서 도시의 더러운 공기를 휘감고, 너와 나에게 무심한 이 이방인적 관계 속에서, 너가 없는 이 세상에서도 그래도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즐겁지 않아도 살고 즐겁더라도 여기서 멈추지 않는 사람으로 살 수 있는가를 묻고 또 물을 것이다.

이번 여행으로 느낀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 다른 삶을 일구는 사람의 아름다움이 아니다. 나를 설득한 것은, 어디냐의 장소가 아니라 꿈꾸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지닌 방향과 태도. 그러니, 화천의 그들도, 도시의 나들도 ~ 누구든 어디서든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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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멘트 »

  1. 윤정 said,

    May 15, 2014 @ 7:16 pm

    오우!!! 저 뱃살 어쩔겨? 운동을 해도 안빠지는…. 으잉잉… 일년 후에 다시 가서 찍자!!! 이번에는 정여사가 운전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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