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포 어 꼬리

도망가면서 도마뱀은 먼저 꼬리를 자르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몸이 몸을 버리지요

잘려나간 꼬리는 얼마간 움직이면서

몸통이 달아날 수 있도록

포식자의 시선을 유인한다 하네요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이규리 시인 < 특별한 일> 중에서 앞 부분

처음 차 안에서 신형철의 목소리로 이 시를 들었을 때, 가슴에 전압이 확 오르고 아주 잠깐이지만 숨이 멈추어졌어. 몇 번인가 다시 돌려들었는데, 그래도 그때는 감전의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었어.

그러다 한참 지난 오늘 그 시를 다시 찾아 읽다가 갑자기 꽤 납득할 만한 이유가 떠올라서 이렇게 기록해 두려고 해.

아마 나도 그런 식의 최선을 했던 적이 있었
던가봐. 내 꼬리를 내가 자르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던 때가. 뛰기 시작하기 바로 전, 부디 출발을 포기할 만큼 정신을 잃은 건 아니기를 기도했던 것이 기억나. 참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지. 돌이켜보면 아찔했고, 결과적으론 정말 다행이야.

하지만, 생물학 교과서에 써 있는 것 처럼 잘려나간 꼬리가 다시 돋아나진 않았어. 잘라낸 부위에 아물어가긴 했지만, 새 꼬리가 나진 않았어. 꼬리 따위 없는 채로 살아가면 어때. 살았으면 됐지! 그렇게 안도의 숨을 쉬며 살아왔지.

그런데 그 날 시인이 알려 준거야. 근데 그 때 니 꼬리는 어땠는 지 아느냐고. 네가 뒤도 못 돌아보고, 아픈 줄도 모르고 그저 살기 위해 죽자고 도망가는 동안 꼬리는 발버둥 치며 이미 끝나버린 생의 마지막 투혼을 펼쳤노라고.

그러니, 최선을 다한 것은 살기 죽기로 달음질을 한 니가 아니라, 끝까지 꿈틀대며 포식자의 시선을 유인한 꼬리였다고. “힘들었나요? 하지만, 최선은 그런 게 아니예요.” 라고 시인이 정정해 준거야.

그 때 잘려나간 채로 나를 위해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던 꼬리는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았던 그 꼬리는
대체 무엇을 감당하고 있었던 걸까.

또 나는 무슨 작정으로 꼬리까지 단숨에 도려내고 그리 뒤도 안 돌아보고 내뺐던 것일까.

그리하여, 남은 몸은 떠나지 않는 애닲음을 짊어지고 가는 거구나. 이미 몸을 떠난 몸이 감당했던 생의 무게가 여전히 떠나지 않은 몸에 전이 중인 거로구나. 깊이가 재어지지 않는 우물같은 꼬리의 마음이.

생존의 본능이란 참 무자비한 것이다.
감전의 실체는 이 라쇼몽적 깨달음이었오.

꼬리여 꼬리여.
나에게 있었던, 나에게는 없을 꼬리여.

나는
기어이
그 강을
건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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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멘트 »

  1. 윤정 said,

    July 17, 2014 @ 9:56 pm

    으흠 멋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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